◆ 피부과 건강칼럼
무좀과 아토피성 피부염
조선대병원 피부과 정병수 교수
경제적 그리고 문화적으로 잘사는 나라가 되려면 국민의 사고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되며, 모든 일에 합리적인 생각으로 접근하고 대처하는 의식의 변화를 통하여 우리 사회의 과학화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국민 의식의 과학화 내지 선진화는 경제적으로 조금 잘사는 것보다도 훨씬 중요하고 절실하다고 생각된다.
환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질환에 대하여 너무 비합리적, 비과학적인 생각과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치료를 받기 위하여 대기하는 환자가 자기를 치료하는 의사 앞에서 다른 환자에게 그 병은 이러 이러한 비방이 최고라는 식의 권유를 주저함 없이 한다든지, 의사의 치료 보다는 주위의 노인이나 비의료인의 비방에 귀가 얇아 쉽게 따르는 환자들을 볼 때 우리 사회의 과학화 내지 선진화는 아직 요원한 것 같다. 이러한 잘 못된 의식의 원인이나 그 근본은 무엇인지 분석하고, 지속적인 의식의 변화와 개선을 위하여 모두가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무좀이란 곰팡이가 피부의 각질을 녹여 영양분으로 삼아 기생, 번식하는 피부병으로 곰팡이가 좋아하는 각질이 많고 축축하면서 따뜻한 곳에 주로 발생하며, 고온 다습한 여름철에 많이 발생하고 악화된다. 이처럼 무좀은 피부에 기생하는 곰팡이(진균)가 원인인 질환으로 원인균을 박멸하면 완전히 치유가 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무좀에는 뿌리가 없다. 뿌리가 뽑히지 않아 자꾸 재발하는 것이 아니고, 적절한 치료나 질환의 유발 내지 악화 인자에 대하여 잘 숙지하고 예방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여 재감염이나 재발되는 것이다. 감기로 고생하고 치유된 뒤에 다시 감기에 걸린 경우 감기의 뿌리가 뽑히지 않아 다시 재발하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요즈음 자연과학은 무서운 속도로 발달하고 있으며, 항진균제 역시 많은 새로운 효과적인 치료제가 개발되어 이용되고 있다. '무좀약은 독하다' '병원에서 처방하는 무좀약으로는 뿌리가 뽑히지 않는다' 하여 다른 단방약을 찾거나 치료를 게을리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식초는 산의 일종으로 피부를 벗기는 부식 효과가 있다. 무좀균은 피부의 가장 바깥 층에 기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피부가 벗겨지는 현상으로 인하여 일부 제거될 수 있으나 완전한 치료는 어려우며, 또한 짓무르거나 물집이 생기는 무좀의 경우 식초의 자극성으로 인하여 무좀의 염증 상태를 악화시키기 마련이고, 이러한 악화된 병변에는 이차 세균 감염이 흔히 발생되어 심각한 상태를 초래하기도 한다. 식초의 농도가 높은 경우에는 피부의 전층을 포함하여 근육까지 부식되고 뼈가 훤히 보일 정도의 심한 상처가 발생되어 병원을 찾기도 한다. 식초는 음식물이다. 식초에 대하여 뭔가 알지 못할 신비한 효능을 기대하는 마음은 버려야 할 것이다.
아토피성 피부염은 소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습진의 한 형태로 흔히 태열이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이 질환은 유전적인 영향을 받기도 하며, 음식물이나 흡입물에 대한 알레르기의 일환으로 피부에 피부염을 초래하는 것으로 가족 중에 천식 등의 다른 알레르기성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가지 특정 약물 투여로 한번에 아토피성 피부염이 완치될 수는 없으며, 한번의 치료로 병변이 소실되었다고 하여도 다시 재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질환의 정체를 잘 파악하여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아토피성 피부염은 아이가 성장하면서 재발을 하더라도 갈수록 덜 심하게 발병하며, 서서히 호전되는 경과를 보인다. 따라서 재발시 마다 적절한 약물 요법으로 치료를 실하여야 한다. 근본적으로 치료가 되지 않느다고 하여 방치할 경우에는 피부 감염 등의 여러가지 합병증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며, 심한 소양증으로 인하여 신경질적인 성격의 형성 등의 많은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으므로 발병시 적절한 치료를 하여야 한다. 흔히 환자들은 아주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강한 약물로 재발되지 않고 한번에 치유되기를 바라지만 한번의 치유로 완치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며, 따라서 한번의 치료에 의한 일회성의 치유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재발시 마다 증세에 따른 적절한 약물 요법과 함께 악화 및 유발 인자를 파악하여 이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능하다면 재발시 마다 동일한 피부과 전문의에게 꾸준한 진찰 및 상담을 하는 것이 각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는 악화 및 유발 인자를 파악하는데 유리하며, 또한 장기적인 약물 투여로 인한 약물의 과다 투여나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흔히 이용되는 부신피질 호르몬제는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약제로 사용에 주의하여야 한다. 이러한 치료 외에도 환아의 보호자는 질환의 원인 및 악화 인자를 파악하여 이를 피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서 일률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특정한 식이요법은 없다. 음식물을 포함하여 환자에서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을 찾아 내는 검사에 의하여 원인 물질을 파악하고 이에 따라 원인 물질에 대한 노출을 피하여 하며, 어떠한 특정한 음식물에 대하여 아토피성 피부염이 악화되는 경우에는 이러한 음식물의 섭취를 제한 하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생후 일년 이내의 유아기에는 우유, 계란 흰자위, 밀, 오렌지 등의 음식물이 질환의 악화와 관련될 수 있으며, 2년 이후에는 이러한 음식물의 영향 보다는 개털, 고양이털, 새털, 꽃가루 등 음식물 이외의 외부 요인이 습진을 악화 시키는 더 중요한 인자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