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내과 - 간경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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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변증(간경화)의 예방과 치료

소화기내과 박찬국 교수

최근에 건강증진과 간질환의 예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것은 간염, 간경변 및 간암의 퇴치와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의료인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의 간질환의 위험인자에 대한 지식, 건강지식의 확산, 간질환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변화와 의료보험제도의 보급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 나라에서도 눈부시게 발달한 의학의 결과로 많은 간질환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고 간경변을 위시한 간질환의 진단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며 질병의 발현양상이 많이 변화 되었다. 한편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삶의 질에 관심을 갖게 됨에 따라 치료의 시대에서 예방과 건강증진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이와 같이 간기능 장애요인을 조기에 발견하여 더 이상의 악화를 방지하고 조속히 치료하거나 간기능 장애 위해요인을 제거하며, 건강한 삶을 향유하도록 하는데 조기진단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세계적으로 보면 약 3억의 인구가 B형 간염 바이러스의 보균자이며 우리 나라에서의 보균자 수는 대략 250만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B형 간염 항원 양성율은 조사 및 조사방법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지만 성인에서는 4 12.3%, 소아에서는 2.8 5.5%로 보고 있다. 만성보균자를 줄임으로서 간경변증 및 원발성 간암 발생율도 따라서 감소하게 되므로, 장기적으로 예방의학적 측면에서 B형 간염을 퇴치하기 위해서는 항체가 없는 모두에게 간염 예방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간염, 간경변증 및 간암 환자를 줄이는데 커다란 도움을 줄 것이다.

간경변증은 간에 결절을 형성하는 광범위한 섬유화증을 일컬으며, 만성 간질환의 말기 병변으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미만성 간손상과 그 결과로 섬유화와 간세포의 재생결절이 형성되는 질환이다. 간염의 주요 요인으로서는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약제, 알코올, 대사성 질환, 만성담즙울체, 간-정맥혈류폐색, 등이 있다. 이 중 B형 바이러스 간염은 만성간염 또는 간경변증의 위험을 증가시키는데 성인에서 급성간염을 않는 경우 10% 정도에서, 부모로부터 출생직후 수직 간염되는 경우에는 90% 이상에서 만성 B형 간염 보균자가 되며 성인이 된 후 40 50대에 많은 수가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으로 이행된다. 한편 C형 바이러스 간염도 만성간염과 간경변의 주요요인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전체 간암환자의 16.6%에서 C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에 양성을 보인다.
또한 간경변증은 간암환자의 60 90%에서 관찰되고, 간경변증 환자의 5 20%에서 간암이 발생하는 것은 간경변증이 간암의 주요 위험인자라는 것을 시사한다. 따라서 간경변증의 조기 발견 및 간경변증을 야기하는 인자의 제거가 필요하다.
간경변을 일으킬 수 있는 인자로는 바이러스성 인자 이외에도 지속적인 폭음으로 인한 알코올 섭취, 약제, 혈색소증(血色素症) 등이 있다. 따라서 이들 질환과 위험인자의 조기감별과 제거 예방접종 및 전염의 차단이 중요하다.

간경변증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임상증상이 나타난다. 첫째, 간기능의 장애로 인한 황달, 복강내 체액의 저류로 발생한 복수, 간에서 대사되지 않은 여러 가지 독성 물질에 의한 의식장애를 초래하는 간성뇌증, 간에서 단백질 합성장애로 저알부민치, 일반인에게 SGOT, SGPT로 알려진 간효소의 증가, 비타민 K로 교정되자 않은 출혈성 경향 등이다. 둘째, 간내 섬유화 증가로 문맥 혈류의 저항성 증가로 야기되는 문맥항진증으로 비장 종대, 식도정맥류 등이다. 임상증상을 호소하는 형태는 간경변증을 가지고 있으나 증상 발현이 없는 잠복성(대상성)인 경우 즉 불현성 간경변증과 간기능의 장애나 문맥항진증에 의한 여러 가지 증상을 호소하는 간활동성(대상부전성)으로 나눌 수 있다. 간기능 검사에서 정상소견을 보이나 복부초음파검사 또는 복부수술중 우연히 발견되는 불현성 간경변증을 볼 수 있다. 경미한 발열, 거미상 혈관종, 수장홍반, 특별한 원인 없이 자주 발생하는 코피, 하지 특히 발목의 부종 등이 유일한 임상증상일 수도 있다. 단단히 만져지는 간이나 비장의 종대가 있으면 진단에 도움이 된다. 아침에 나타나는 모호한 소화불량이 초기증상일 수도 있다. 확진을 위해서는 간조직 생검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러한 환자들은 다른 원인으로 사망할 때까지 임상적으로 불현성일 수도 있으며, 일부에서는 수개월 내지 수년간에 걸쳐 진행하여 간부전에 빠질 수도 있다.

대부분 환자들은 복수나 황달로 병원을 방문하는데, 전반적으로 건강상태는 불량하고 허약, 체중감소 등을 보인다. 지속적으로 37.5℃정도의 미열을 보이며, 입안에 악취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황달은 간세포의 파괴가 재생보다 심하다는 것을 알수 있는 증후의 하나이다. 피부가 황색을 띠며, 종종 지속적으로 피부가 가려운 소양증을 호소한다. 짙은 소변색과 옅은 대변색을 보이며, 오심과 구토를 동반하고 흡연자에게는 담배를 회피하게 된다. 황달이 깊을수록 간기능 장애가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혈소판 감소로 팔, 어깨, 다리에 출혈성 자반을 보이며, 저절로 멍이 잘 생기고 비출혈을 보인다. 혈액순환은 촉진되어 있으나 혈압은 대개 떨어져 있으며, 기타 체모감소, 거미상 혈관종, 수장 홍반, 손톱탈색, 생식기 위축을 보인다. 복수가 차면 복부팽만을 보이며 하지 경골 전면부를 누르면 움푹 들어가는 하지부종을 보이고, 얼굴이 창백하고 탈수가 되어 있다. 땀이 적고 근육소모가 심해 가는 팔다리와 불거진 배를 보인다. 심한 복수로 복통이나 호흡곤란이 생길 수 있으며, 복벽이 팽팽해져서 배꼽이 튀어나온 경우도 있다. 우상복부에 간이 단단하고 일정하게 만져지거나 위축되어 있고, 좌상복부에 비장이 만져진다.

진행된 간경변증 환자에서 주로 관찰되는 후유증으로 문맥항진증, 복수, 간성뇌증, 특발성 세균성복막염, 간신증후군, 간암 등을 들 수 있다. 간경변증 환자에서 이러한 후유증이 간세포부전증 외 주 사망원인이 될 수 있다.
식도정맥류 출혈은 상부위장관 출혈의 3대 원인의 하나로, 만성 간질환이 많은 우리 나라에서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다. 간경변증 환자에서 간으로 들어가는 문맥혈류의 차단으로 문맥고혈압이 발생하며, 이로 인한 측부순환으로 식도정맥류 및 치질 등이 발생한다. 간경변증 환자에서 문맥압의 증가와 다른 이유로 식도정맥류가 파열하여 출혈을 자주 관찰할 수 있으며, 이는 간경변증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이다. 식도정맥류 출혈의 치료 방법이 급성출혈을 지혈시켜야 하고, 재출혈을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
식도정맥류의 급성 출혈시 약물요법이나 기구압박 등으로 대부분 지혈이 가능하나, 지혈후 1/3정도가 1주 이내 사망하며, 사망예의 2/3이 재출혈에 의한 것이어서 재출혈의 예방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식도정맥류의 급성출혈이나 재출혈의 예방목적으로 문합수술이 시행되어 왔으나, 수술자체의 어려움이나 수술에 의한 높은 이환율, 사망율 때문에 널리 시행되지 못하였다. 최근 유연성 내시경기기를 이용한 식도정맥류의 경화요법이 개발 보급됨으로서 식도정맥류 출혈환자의 치료에 서광이 비치게 되었다.
최근 저희 교실에서 실시한 간경변증에 의한 식도정맥류 출혈 환자 137명에서 식도 경화용법을 실시 129명(94%)에서 지혈을 시켰으며 그후 6개월간 118명에서 출혈의 재발을 볼 수 없었다. 그 외 내시경을 이용한 식도정맥류 결찰요법 등을 실시하여 좋은 결과가 보고 되고 있어 간경변증으로 인해 야기되는 식도출혈에 대한 치료는 대중요법과, 약물요법 및 내시경적 처치로 사망율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 된다.
간성 뇌병증(간성뇌증)은 오래 동안 간경변증을 않고 있던 환자에서 이 질환에 생소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으며, 의식이 없어져 가고 후에 시끄러운 섬망을 보이고, 점점 깊은 혼수로 빠져가며, 혹은 개처럼 짖고 다루기 곤란하며, 이해할 수 없는 언행을 보이는 등 신경학적 장애에 동반된 기질성 정신장애이다. 초기에 의식장애와 수면이상이 흔히 나타나며, 자연적 운동의 감소, 시선고정, 무관심 및 반응의 완만성 등이 보인다. 말은 느리고 똑똑치 못하고 음성이 단조로우며 혼미가 깊어지면 발성장애가 심하다.
간성뇌증은 간에서 독성 대사물질(특히 장관내 세균의 단백질에 대한 작용으로 형성하는 독성 질소 화합물)에 기인하며 간부전에 의한 대사장애나 문맥항진으로 인한 문맥혈이 커다란 측부로를 통해 간을 우회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간기능이 충분히 유지되는 경우 뇌병증이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 비교적 간기능이 좋고 측부순환이 많은 만성형이 예후가 좋으며 급성 간염군은 예후가 나쁘다. 혼수 초기에 일찍 치료를 시작하면 성공율이 높으며, 감염증, 복수의 치료목적으로 이뇨제 과용, 혹은 식도정맥류 출혈 등과 같은 유발인자들의 치료가 가능할 경우 회복이 빠르다. 간경변증 환자에서 콩팥의 기능은 정상이나 복수 등으로 체액의 저류에 기인하여 신혈류량이 감소하여 급격한 소변량의 감소를 보이는 경우 간신증후군이라 한다. 간경변에서 가장 급격한 임상변화를 보여 발생 이삼일만에 생명을 잃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나라에서 간암의 발생률은 남자 10만 명당 30.5명, 여자 10만 명당 7.6명이고, 간암에 의한 사망률은 인구 십만 명당 24.1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간암은 그 예후가 매우 불량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최근 초기에 발견할 경우 외과적 절제로 1완치가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간암의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B형 간염 표면항원 보유자는 6개월 간격으로 간암의 혈청학적 표지자인 알파-피토프로테인(AFP)를 측정하고, B형 간염 표면항원 보유자이면서 간암의 가족력이나 간경변을 동반하는 경우 또는 B형 간염 표면항원은 음성이나 만성 간질환 소견을 보이는 경우에는 AFP을 주기적으로 측정함과 아울러 초음파검사를 시행하도록 권장한다. 또한 우리 나라에서는 간암과 관계 있다고 알려진 B형 간염이 만연하고 있기 때문에 간염에 대한 예방접종이 간암예방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간경변의 진단에 여러 가지 영상진단법이 사용되고 있다. 동위원소간주사, 복부초음파, 복부전산화단층촬영 등이 이용되고 있다. 만성 간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는 주기적으로 간기능 검사와 복부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여 조기에 간경변증을 발견하고 생명에 위협을 주는 여러 가지 후유증을 미연에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비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일반적으로 간경변증은 불치로 알려져 있으나 섬유증식도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으며, 간이식 수술의 가능성이 있어 불치라는 개념이 입증된 것은 아니다. 황달, 복수, 뇌병증, 알부민치, 영양상태에 따라 예후가 다르다.

간은 간경변증에서와 같이 일단 파괴되면 정상적인 구조를 되찾지 못한다. 그러나 대중적 방법에 의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간세포는 많은 재생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비록 간의 구조가 정상화되지는 못하지만 기능적인 대상에는 이를 수 있다. 임상증상이 없는 간경변증 환자의 관리는 간기능 부전의 조기 발견에 달려있다. 식사조절과 금주의 중요성을 인식시켜야 한다. 간경변증 환자의 치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안정, 즉 충분한 휴식과 영양섭취이다. 환자는 침상에서 휴식은 취하여야 한다. 신체활동의 제한은 간에서 처리하여야 할 대사물질을 줄여 준다. 이것은 급성질환의 경우에 특히 중요하며 급성 및 만성인 경우에는 호전이 있는 동안 휴식을 지속한다. 즉 4주간 휴식후 상태에 변화가 없으면 적당한 활동을 하여도 좋다.
또 누운 상태에서는 문맥정맥 및 콩팥의 혈류를 증가하여 복수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 고단백질이 많이 함유된 식사는 특히 알코올성 간경변증이나 이외 만성 간질환 환자에 중요하다. 대부분의 간경변증 환자에서는 80 110g의 단백질과 2500 칼로리의 열량이면 충분하다. 지방질은 전체 칼로리 범위에서 제한할 필요가 없다. 엽산 등 비타민은 부족 되기 쉬우므로 충분한 양의 신선한 채소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체내 대부분의 단백질을 대사하는 간기능의 미약으로 간성뇌증를 야기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일시적으로 단백질의 일부분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때는 의사와 상의하여 식이요법을 시행하여야 한다.
과량의 수분 섭취와 소금기 있는 음식은 복수 및 부종을 야기 할 수 있으므로 되도록 삼가 하여야 하며, 특히 수분은 하루 1,000 ml이하로 줄여야 한다. 식사는 식욕을 돋우도록 해야 하며 이는 간기능 부전의 환자의 경우 식욕이 약하므로 환자들이 식사를 잘하도록 도와주면 임상적 향상을 유도할 수 있다. 간세포 부전증이 있는 환자는 회복 후 6개월 내지 일년간 술은 삼가 하여야 하며, 더욱이 술에 의해 유발된 간부전의 경우에는 일생동안 술을 삼가 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