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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외과 - 발과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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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형외과 건강칼럼-발과 건강

어떻게 맨발을 내놓는다요?

조선대병원 정형외과 이준영교수

요즘 거리를 걷다보면 발건강 마사지 간판을 걸어놓은 곳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신문에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발마사지가 인기 상품이 돼가고 있다는 기사도 보이고, 발 건강이라는 전문잡지까지 발행되고 있다. 정형외과 의사의 시각에서 발은 걷는다는 기능으로만 이해되지만, 혹설에는 인간이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까지 하기도 한다.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인간다운 삶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펭귄이나 타조도 두발로 걷지 않는가? 물론 손이 없으니까 사람과 다를 터이고, 원숭이는 두발로 걷고 손도 있는데? 아무래도 지능이 문제일까? 따지면 끝이 없다. 결국에 발은 발일 뿐 아닌가...

현대의학은 소위 과학적분석의 특징인 세분화, 전문화 경향에 따라 자꾸 분할되고 있다. 정형외과 영역에서도 물론 각 관절을 중심으로 인체를 분할, 전문진료의 양상으로 발전해 가고 있는바 기존의 여러 분야에 덧붙여 최근 발과 발목관절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져 가고 있다. 발마사지는 피부관리와 함께 대단한 인기 품목이 되었다. 그러나 발을 보는 정형외과 의사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발은 마사지 받기 위해 존재하는 걸까? 발마사지를 받는데 5만원정도가 평균 가격이라 한다. 정형외과 전문의에게 발을 진료 받는데는 많게 잡아도 2만원이 넘지 않는다. 누가 우리나라 의료제도에 문제 있다고 말하겠는가? 이렇게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의사들이 있지 않은가?

정형외과 영역에서 족근관절은 잊혀진 관절, 또는 "Hidden joint" 라고도 한다. 많이 연구되지 않았고 관심을 갖는 정형외과 의사도 별로 많지 않았었으니까, 그보다 다른 관절에 볼일이 많아서 신경 쓸 겨를이 없었을 수도 있겠다.
50년 전까지만 해도 척추의 추간판 탈출증을 척추에 암이 생긴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었다면 믿어지지 않겠지만 실제로 현대의학의 발전이란 눈부신 것이었다. 한국전쟁 때만 해도 수술을 할 때 마취약이 없으면 몽둥이로 뒤통수치는 일도 있었다잖은가.
19세기말 개항 초기에 유럽의 양의학을 받아들였던 우리의료계는 한국전쟁을 계기로 미국의 영향아래 들게되었고, 현재도 막대한 연구투자를 바탕으로 한 미국의학은 세계를 석권하다시피 하고 있으며 유럽과 일본의 의학계는 추월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봉사와 기부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미국의 특징적인 우위는 사후 시신을 기부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다량의 사체를 돈주고 사올 수도 있어서 기초의학의 발전에 필수적인 사체실험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우리도 최근 들어 청년의사들 간에 사체기증에 대한 솔선수범의 태도가 번져가는 것을 보고 있다. 결국 돈이 없으니까 사다 쓸 수는 없고 기증된 사체를 대상으로 연구를 할 수밖에 없는데 기증하겠다고 나선 의사들은 청년의사들이라 잖은가? 내 죽거들랑 그네들더러 내 몸 쓰라고 할밖에 없지 않겠나?
하기야 어느나라 사람 몸을 갖고 실험을 하던 지식은 결국 배워오면 되니까 힘든 일은 그네들 시키고 우리는 따라가기만 하면 될 터이다. 몇 그램 안하는 쇳조각, 시약 몇 방울도 수백불만 주면 살 수 있으니까 힘들여 만들 필요 없이 사다 쓰면 되겠고, 영어 잘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말보다 영문 교과서 읽는 것이 의미 전달도 정확하고 좋겠다. 지적재산권이 무슨 필요 있으랴, 그 좋다는 제록스 복사기가 있는데 말이다.

미국에서도 족부외과 영역이 활성화된지 이제 30여년 남짓, 선구자격인 1세대가 아직도 생존해 있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장족의 발전을 거듭해 왔고, 우리나라에도 족부외과학회가 결성된지 10년이 되어 간다. 생체역학의 급진적인 발전은 정형외과 의사들에게 그 동안 무시돼 왔던 족부의 기능에 대한 많은 지식이 축적됨에 따라 이제 막연히 인체의 한 부분으로만 간주하였던 발과 발목관절의 여러 질환에 대해서 더 나은 수술방법과 결과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의사들도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는 족부외과를 어찌 환자들이 알 수 있으랴? 더구나 우리의 문화전통이 유교에 뿌리내리고 있고, 중국보다 더한 주자학의 본산이 돼있는 나라인지라 발은 너무도 천해서 남에게 보이기조차 힘든 부위인 것이다. 도무지 발이 아픈 것은 아픈 것으로조차 생각지 않는 기묘한 사회적 무의식이 있다.
산부인과에서 나이가 든 아줌마일수록 진찰대에 못 올라간다는 농담 아닌 농담은 족부외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발 아프다고 진찰실에 들어와서도 양말 벗으라고 말하기 전에 먼저 벗는 사람은 지극히 드물다. "워떠케 맨발을 내놓는다요? 남사시럽게!" 거기다 진찰한다고 발을 '주무르고' 있으면, 발에 힘좀 빼달라고 몇 번을 말씀드려야 하는지! 언젠가는 나이드신 분께 한번쯤 따귀 맞을 수도 있겠다.

마지막으로 수수께끼 한가지. 성형수술을 받는 사람 중에 여자가 더 많다는 것은 상식이고 그럼 발마사지를 받는 사람들도 여자가 많을까? 답은 남자다. 꽉 끼는 신발 신고 다니는 여자들은 자리에 앉기만 하면 신발을 벗을 정도로 답답하고 불편하지만 발 마사지는 남자가 더 많이 받는다.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부위에는 당연히 투자하지만 발은 아프더라도 신발속에 감춰두면 괜찮은가 보다. 맨발을 내놓기가 부끄러워서 그럴지도 모르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