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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과 건강칼럼-수능시험 직후 수험생 심리 수학능력시험을 끝낸 수험생의 심리,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수학능력평가가 매년 초겨울쯤에 치러진다. 시험에 응시한 학생들에게는 지난 3년간 아니 초등학교부터 12년간 학창시절의 노력에 대한 결과의 평가이다. 또 이 결과가 그 혹은 그녀가 앞으로 어떤 학교에 가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것인가 선택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수학능력평가는 그 학생만의 일은 아니다. 우리사회는 온 나라가 함께 앓는 홍역을 연상케 한다. 출근시간을 조정하고 비행기의 이착륙을 제한하고 지나는 자동차의 경적을 울리지 말라고 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잘 협조한다. 시험 전날 수많은 가족 친지들의 격려 와 염려, 전화, 선물, 그리고 아이가 영향을 받을까 염려되는 자극들을 최대한 막아주려는 부모나 가족들의 가슴 졸이는 배려는 초조한 마음 쓰임이 당사자 보다 오히려 더하면 더 했지 못하지는 않으리라. 학교의 선생님들 역시 자신의 학생들이 일류대학을 몇 명이 들어가느냐에 대해서 평가를 받는다면 힘든 일이다. 시험 당일 아침에 시험장의 교문 앞에서 후배들이 벌리는 다양한 형태의 응원 전은 방송국의 카메라에 보이는 그 모습만으로도 그 열기를 짐작할 수 있다. 전쟁이다. 입시지옥이다. 시험이 끝난 뒤 수험생이 느끼는 감정은 어떨까? 여러 가지 감정이 동시에 작용한다. 예를들면 후련하다, 해방감을 느끼고 이제는 마음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금지되었던 것들을 나도 하고 싶다. 다른 한편으로는 죽도록 노력했는데 겨우 이건가 허탈하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할 일이 많았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 아무 것도 못하겠다. 시험을 잘 못 치른 것 같은 아이들은 결과가 두렵고, 그 결과에 따라 바라던 학교에 갈 수 없는 아이들은 우울해지고 자기혐오감에 빠지기도 한다. 나는 왜 이럴까 어머니 얼굴을 어떻게 보나? 나 같은 인간은 죽어야 해. 또 기계처럼 짜여진 생활에서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지면 방황하게 된다. 이쪽 저쪽 기웃거려보고 서툰 어른 행세를 해보기도 한다. 심심한데 뭔가 자극적이고 화끈한 것은 없을까 어둠 속의 반짝이는 불빛을 찾기도 한다. 시험장에서 집에 돌아온 여자아이에게 기분을 물었더니 이렇게 말한다. 시험을 치르고 난 뒤 너무 허전해서 한없이 무작정 걷고 싶더라. 아무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으면서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게 정신없이 수다스럽게 지껄이고 싶기도 하다. 또 어떤 친구는 다리를 건너면서 뛰어내리고 싶다고 말해 보기도 하고, 위로 받고 싶고, 억지를 부리고도 싶다. 수능시험이 끝난 것이 모두가 끝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논술을 준비해야 하는 학교도 있고, 이제 인생이란 긴 여정에서 단지 한 이정표를 지났을 뿐이다. 지금 수능을 끝낸 학생들에게 몇 가지 권고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선 대학 선택은 앞날을 고려하라. 여러분이 적극적 활동을 할 시기는 적어도 10년 뒤 혹은 20년 뒤라는 생각을 하라. 부모들은 지금부터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시기임을 명심해야 한다, 말하기보다 자녀의 이야기를 인내하며 들어주는 노력이 문제해결과 예방의 지름길이다. 입은 말하고, 숨쉬고, 노래하고, 사랑을 나누는데도 쓰이지만 하나면 충분하다. 귀는 듣는 역할 만 하는데도 양쪽에 두 개가 필요해서 있다면 말하기보다 몇 배나 많은 노력을 잘 듣는 훈련에 쏟아야 한다. 귀는 속으로는 균형을 잡는 기관이니 듣되 양쪽의 다른 의견이라도 기울여 듣고 눈 뒤에서 하는 소리는 모르는 척 듣지 마라고 구멍은 앞으로 만 나 있는 지도 모른다. 애정 어린 응원은 지금 필요하다. |